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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요근을 소중히-1Life log/Injury record 2020. 7. 15. 00:44
언제부터인가 장요근의 통증이 한 번씩 아주 아주 심하게 찾아온다. 다리 사이드 찢기 할 때도 종종 왼쪽 배와 고관절 사이가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리한 다리찢기로 인한 근육통 혹은 무리한 아웃파세로 인한 고관절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한의원도 가봤지만 별 효과는 못 봤다.
다리에 신경주사를 맞으면 귀가 전 쉬어야 해요. 그러던 어느날, 참기 어려울 정도의 통증이 찾아왔다. 2018년 12월 말, 연습실을 빌렸는데 그날 아침부터 다리를 몸쪽으로 끌어당길 때마다 안쪽 근육이 아픈 것은 물론이고, 허리까지 끊어질 듯 아팠다. 스트레칭을 더 하면 괜찮아 지겠거니 했지만 그날은 통증 때문에 아예 연습이 안 될 정도였다. 별다른 방법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차에 아마도 알러지 때문에 다니던 피부과를 내원했던 걸로 기억한다. 같은 층에 통증의학과라는 곳이 있길래 한 번 가보자는 마음에 갔던 그 곳에서 처음으로 장요근이 안 좋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의사는 기분이 안 좋았던 것인지 원래 그런 성격인 것인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그저 내가 이래이래 아프다, 라고 했더니 일어나라고 하고서는 말도 없이 내 허리와 배쪽을 마구 흔들었다. 말이라도 해줬으면 마음의 준비라도 할 텐데 이건 성추행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거침없는 손짓에 불쾌했던 기억이 있다. 혼잣말처럼 뭐라고 뭐라고 하더니 어디로 가랜다. 간호사가 어디론가 데려가더니 옷을 갈아입으라고 시키고 대기. 다시 오라고 하더니 초음파 검사를 하고 신경치료를 했다. 뭔가 긴 바늘이 내 배를 두어차례 찌르고 지나갔다.
나는 내가 어디가 어떻게 안 좋아서 어떤 치료를 받게 되는지 전혀 설명을 듣지 못했다. 치료가 끝나고 너무 답답해서 간호사에게 뭐 설명을 해줘야 내가 알 것이 아니겠느냐 얘기를 해서 다시 진단실로 go back. 의사에게는 마치 네가 들으면 뭘 알겠냐는 뉘앙스를 느꼈다. 그럼에도 나는 들어야겠어서, 꾸역꾸역 물어봤고 영어단어로 뭐라뭐라 설명하는 것을 암기하듯 되새겼다. 치료를 얼마나 받아야 하냐 물으니 이번에는 치료를 했지만 네가 자세가 안 좋아 또 틀어지면 어쩔 수 없는 거지, 라며 비아냥. 대체 이 의사는 뭐지? 싶어 결제할 때 간호사에게 저 사람 원래 모든 환자에게 저러는 거냐 물었더니 선생님이 좀 묵뚝뚝해요 라며, 멋쩍게 대답한다. 병원을 나와서 진단실에서 들은 영어 단어를 검색을 해보니 한국어로는 장요근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나는 내가 대체 장요근이 왜 안좋은지를 이해가 안 갔다. 장요근에 좋다는 모든 스트레칭을 엄청 하고 있는데 왜? 단순히 몸의 좌우 대칭이 안 맞아서 그런가 보다 싶어 다리 꼬는 버릇을 고쳐야지 싶었다.
의사는 거지같았지만, 그래도 그 치료 후 곧바로 허리 통증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아, 돌팔이는 아닌가보다 싶어 무례함을 용서해주기로 했다. 그 뒤로는 일시적인 통증이었겠거니 하며 또 지금까지 몸을 막 굴렸더랬다. 그리고 2020년 6월 말. 댄스 촬영을 3일 앞두고 다시 통증이 찾아왔다.
평소에는 그냥 거슬리네, 정도인데 이런 날은 대체로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찾아온다. 걸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옷을 갈아입기 위해 다리를 드는 것도 힘겨울 정도의 통증이다. 그럼에도 촬영을 앞두고 있어서 마냥 쉴 수가 없었다. 평소보다 더더 과격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근육운동을 해서 열을 냈다. 그러면 열이 난 동안에는 통증이 무뎌졌다. 이미 겪어봤으면서 바보같이 그러면 또 괜찮아질 줄 알았다.
촬영이 끝나고 다음날, 조금은 덜 아픈 것 같았지만 다음날, 또 그 다음날을 위해 병원을 알아봤다. 제대로 재활을 하고 싶었지만 원래 다니던 병원은 자꾸 진단은 안해주고 MRI만 찍자고 했다. 갈비뼈 골절과 목근육 인대 때문에 다녔던 3차 병원인지라 재활은 믿음이 안갔다. 아는 분이 다니던 선수촌 병원도 알아봤지만 멀기도 멀었고 진료시간 자체가 직장인은 갈 수가 없었다. 반차를 내고 다녀오기에도 대기시간이 길다고 하니 결국 연차를 써야할텐데, 한 두번 다닐 것도 아니고 도저히 무리였다. 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된 무용전문재활치료사에게도 연락해봤지만 이 곳 역시 자차가 아니면 갈 수가 없는 장소였다. 결국 그 변태 의사에게 찾아가는 수 밖에..
대기실에서 들은 의사의 목소리 톤이 그때와 비교해 대략 세 톤은 높았다. 그때 만난 변태 의사가 있는 곳이 이 병원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의아함이 들었다. 진료를 받아보니 같은 사람이긴 했다. 톤이 높아졌을 뿐, 성격은 바뀌지 않는거였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더 많이, 깊이 찔렀다. 주사가 독했는지 잠깐 쉬다 돌아왔는데도 다리의 저림과 어지러움이 가시질 않았다. 이틀 후 찾아갔을 때도 여전히 불편함이 있다고 하자 이번엔 종아리에 바늘을 찔렀다. 그리고는 추가금액을 받았다. 부위당 금액이 붙는데, 뭐 이리 마음대로 찔러놓고 돈을 내놓으라 하는지. 야근을 끝내고 간 터라 치료 후 쉴 시간이 길지 않았다. 다리를 절뚝이며 돌아왔더니 한 시간 후에는 통증 때문에 다리를 펴기도 굽히기도 쉽지 않았다. 제대로 걸을 수 조차 없어 다음날은 사정을 말하고 자택근무를 해야 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병가였겠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재택근무도 허용이 되는 점은 다행인 듯.
신경 주사 치료 안내문 이번 치료 때문에 약 10일 무용레슨을 쉬었다. 퇴근 후 할 일이 없었고 우울함이 극을 달렸다. 매일 같이 땀을 흘리고 아드레날린을 뿜어내던 하루하루가 멍을 때려도 시간이 통 가질 않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동안 무용 때문에 하지 못했던 생산적인 일을 하면 참 좋았을테지만 인간이란 감정의 지배를 받는 동물, 이러다 무용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 난 그냥 줄곧 우울했다.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시작했다면 이런 부상은 없었을 텐데 싶기도 해서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탓하기도 하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주사를 맞고 하루 이틀 후에 다시 내원하라고 했지만 그 정도로는 경과랄 것이 없었다. 오히려 추가치료를 당할 뿐인 것 같은 느낌. 두 번째 주사를 맞은 후, 변태의사가 다시 미워졌다. 할 수 없이 무용을 쉬는 날이 이어졌고 시간이 흐르니 자연스레 거북함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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