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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원스원플 1 Stage for 1 Player
    watching something/공연 2022. 10. 25. 18:41

    원스원플 포스터

    10월 초 수업 때 민지쌤이 공연 스케줄 때문에 3주간 못 나온다고 했다. 그게 바로 이 공연.
    당시 나는 정신적으로 여력이 없었고 결국 아무것도 예매를 하지 못했다. 공연 당일, 쌤의 인스타 피드에 올라온 것을 보고 ‘오늘 가고 싶은데 예매를 못했다’라고 하니 표가 한 장 남는다고 하면서 알아봐주셨다. 덕분에 성사된 급 당일 공연 관람!

    '촬영 비동의'를 선택했더니 식별하기 위해 귀여운 캐릭터 스티커를 주셨다. 본의 아니게 귀여움 어필 =_=; 그런데 가만히 둘러보니 나만 붙이고 있어서 더 눈에 띠었던 듯. 리뷰를 쓰려고 공연 정보를 찾아보는데, 공모 페이지가 제일 내용이 상세했고, 관람자를 위한 예매 페이지나 공연정보 페이지가 마땅한 것이 없었다. 검색을 했는데도 정보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 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모든 사람들이 이 무대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을텐데 마케팅에도 힘을 써야 할 것 같다.

     

    공연 라인업을 보고 깜짝. 토요일에 수연씨 공연이 있었단 걸 이제 알았다. 스토리에 올린 프로필 사진이 민지쌤하고 같은 곳이었단 사실은 우연이 아니었구나.. 하지만 전 날에는 재우쌤 공연이 있었던지라 미리 알았어도 못 봤을 가능성이 높았을 듯.


    1) 최귀웅 - 발소리
    큰소리와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소리를 힘둘어 하는 나에게는 다소 버거웠던 공연. 안대를 하고 소리로만 전달하려던 의도는 누군가에게는 분명 신선했을 것 같다.
    나는 일단 지팡이 소리가 너무 거슬렸고, 소리가 이동을 하다보니 더 예민해졌다. 공연자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부담스러웠고 깜짝깜짝 놀라기를 일쑤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용인지가 거의 안되었다. 중간이 되어서야 시각장애 배우에 대한 이야기 였음을 깨달았다. 지팡이 소리와 큰 말소리, 기척 등은 그를 위한 장치였던 것. 안대를 벗고 나서야 내 앞자리에 앉아있던 사람이 배우 본인이었음을 알았다.
    어려운 문제다. 모두가 만족하는 조건이란 없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누군가에겐 힘듬으로 적용된다. 그 간극을 줄여 가는 노력만이 모두를 위한 길이겠지,라는 교과서 같은 말을 되풀이할 수 밖에.


    2) 임희종 - 질감연구소
    어떤 단어 혹은 문장 등 키워드를 받아 그 말의 질감을 춤으로 표현하는 형태의 공연이었다. 현장에서 이미지를 골랐고, 카카오톡 오픈챗방으로 관람자들의 참여를 받아 해당 이미지에 대한 느낌을 제출했다. 현대무용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무척 재밌고 신선했을 것 같다.
    다만, 나에게 이건 정무쌤이 늘 하던거라 크게 새롭지는 않았던 게 함정. 공연을 본 당일에도 대략 열 몇 가지의 표현들을 순식간에 안무로 만들어 우리에게 하사하셨다. 역시 아는 사람을 만족시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 공연이 별로였다는 얘기가 전혀 아니다! 나에게 아주 새로운 형태가 아니었다는 의미일 뿐! - 그럼에도 관객이 모두 참여해서 즐거웠던 시간. 파워 I 형인 나는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편하지만, 이런 공연이 많다면 혹시 무용 입문자들이 조금 늘어날까, 라는 생각도 해봤다.

    아주 개인적으로는.. 굳이 살구색 쫄쫄이로 환복한 이유를 묻고 싶다. 원래 입고 있던 옷이면 안 되었던 이유가 궁금하다.


    3) 박민지 - 조각들이 다 맞추어지지 않아도 좋다

    간과하고 있던 지금의 현실 속에서 현직 무용수들이 얼마나 두렵고 막막했을지 크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뉴스의 보도는 안타까운 현실임을 알지만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 남의 이야기였다.

     

    이날 공연은 무용 동작에 대한 이해라기 보다는 쌤이 분출하는 감정에 오롯이 빠져들어버렸다. 초반엔 조금 외로웠고, 고단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호흡이 가빠지면서 부터는 불안함, 간절함, 중압감 같은 감정들이 내 안에 들이쳐서 결국 울어 버리고 말았다. 상황은 달라도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분명 있었다. 아는 감정은 더 동화되기 쉽다. 누군가는 개의치 말고 계속 앞만 보고 가라고 한다. 누군가는 소용 없다며 포기하라 말한다. 답은 없다. 어떤 길을 택하던 매순간 최선을 다 했다면 결코 실패자는 아니다. 경험을 쌓는 과정일 뿐. 잠재력을 믿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사람은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 쌤은 이미 그 한 사람을 만났겠지만, 여기 어두운 관객석 어딘가에 그대의 열렬한 지지자가 한 명 더 있다는 안도감을 살포시 말보다 행동으로 전해 드립니다. 내일의 그대를 저도 응원해요.

     

    생각해보면 수업 시간에 쌤은 늘 힘든 내색 한 번도 안 했는데.. 나는 굳이 굳이 수업을 쫓아다니면서 여러 번 안 좋은 내색을 드러내곤 했던 것 같다. 불과 얼마 전 이 안무를 배웠던 날도 정신이 나가 있어서 쌤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이 아니다. 안 좋은 감정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 것 역시 오래 살았다고 자동으로 습득되는 게 아니다. 역시 사람은 늘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나 반성하고 배운다.


    4) 신지원 - 등연기: 기다리는 연습
    이상하게 연극은 조금 낯간지럽다.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되서 혼자 낯가리고 있었는데 유머스러운 전재에 조금씩 긴장감이 풀렸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걸 제일 잘해서 연기마저도 기다리는 ‘등’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 단역 배우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지만 유쾌했던 공연이었다.

     


    Intermission 20분

     


    5) 복영선 - 춤씨의 행보
    아마도 러시아 계통이었을… 이색적이고 반복적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보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던 공연. 움직임이 흥미로웠어서 아마도 다음 기회에 이름을 발견하면 예매 확률이 높아질지도 모르겠다.


    6) 김민승 - 아스트랄 프로잭션 꿈의 비행
    관람을 시작한지 두 시간이 넘어가서 슬슬 지쳐가던 지점이었던지라 안타깝게도 세밀하게 기억이 나진 않는다. 적어둔 메모를 보니… 민지쌤과 레퍼런스가 비슷한 동작들이 많았던 것 같다. 같은 학교 출신 혹은 스승님이 같은 사람이 아닌가라는 의혹이 남았다. 무언가 기억에 남을만한 한 방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7) 함초롬 - Ins-Tanz: 창의성의 주인은?
    예전에 모다페에서 공연을 본 적이 있는 무용수라 기억하고 있었다. 이번 공연 내용은 임희성 님과 비슷한 주제로, 어떤 키워드를 엮어 안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임희성 님이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단어를 가지고 동작을 만들어 냈다면, 초롬 님은 신체 부위 + 동작 + 방향 의 세 가지 카테고리에 키워드를 넣어두고 랜덤으로 섞어 보여주는 휴대폰 앱을 활용해서 주어진 키워드에 맞춰 동작을 만들어냈다. 발 + 높게 + 3번 방향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짜여진 안무는 앱이 만든 것인가, 사람이 만든 것인가 라는 주제. 더불어 프로의 세계에서 안무가들은 구체적인 동작을 주기보다 느낌과 지시만 주고 맞고 틀리다는 피드백을 주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역시 안무의 주인은 안무가인가, 무용수인가 의심이 드는 일들이 종종 있다고도 했다.
    사족을 붙이자면 예전에 검은돌 모래의 기억,을 보고 안성수 님을 동경했던 적이 있었다. 그 이후에 다른 공연에 어떻게 안무가 만들어지는지를 볼 기회가 생겼는데 그 이후에 나도 동일한 의문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안성수 님은 무용수도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많았다. 그러니까 동작의 지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초롬님이 말한 것처럼 어떤 ‘지시’를 주는 것이다. 실제 동작을 만드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그 상황이 잘 납득이 안되서 민지쌤에게도 물어본 적이 있다.
    “느낌에 대한 지시를 주고 다른 사람이 표현한 동작을 이어서 안무를 만드는 거라면, 안성수 님은 안무감독이 아니라 연출감독이 아닌가요?”
    나는 함초롬 님의 이의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8) 하지성 - 무대 만들기
    이 무대는 보지 못했다. 최근의 개인사를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어서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끝날 때까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너무나도 개인적이고 고통스러운 기억이라 어떤 사연인지는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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